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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 원조

대산종사님

 

 

대산종사님은 주위에 뱅 둘러앉아 있는 대중 가운데 한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발표를 시키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대산종사는 일행들에게
박수를 치라며 발표자를 격려했고, 그렇게 함께한 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글 소광섭 교수 · 과천교당, 서울대 융기원 프리모 연구센터장

 

 

 

대산종사 사상과 경륜을 돌아보다 2원기 61년,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은사이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보산 고문국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그 자리에서 처음 원불교를 알게 되었고, 원남교당에서 입교를 했다.

 

그해 여름, 보산님과 정타원 사모님이 대산종사를 뵈러 신도안에 가시는 길에 따라 나섰다. 신도안이 어딘지, 대산종사는 누구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여름휴가로 생각하며 따라 나선 길이었다. 첫 눈에 신도안은 그저 한적한 시골이었고, 흙먼지 나는 버스길에 장터도 별 물건도 없어 한산했다. 계룡산도 별 다를 바 없어보였다. 아담한 함석집 몇 채가 있는 삼동원에 들어가니 나지막한 흙돌담과 자연스럽게 잘 정돈된 정원, 조용한 분위기가 종교 수행지의 느낌이 저절로 들었다. 가까이 ‘불종불박(佛宗佛朴)이란 큰 주춧돌 같은 바위가 있는 것을 보고 대종사님이 오실 것을 몇 백 년도 넘는 과거에 이미 알고 계셨나하는 신비감에 꽤나 인상적이어서 오래 기억된다.


기와집인지 함석집인지 기억은 불확실하지만 원남교당 교도들과 같이 아주 작은 방에서 대산종사님을 처음 뵈었다. 여름이라 삼베인지 모시옷을 편하게 입고 계셔서 시골 할아버지를 뵙는 느낌이었다.
대산종사님은 특별한 법문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발바닥 자극을 하는‘법륜대’ 라는 작은 굴림 막대를 사용법까지 몸소 시범해 보이셨다. 격식과 위용을 갖추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명 설교를 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었는데 그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교회나 사찰 같은 곳의 높은 분과는 생판 달랐다.


그 자리에서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언제나 그때 대산종사님을 뵌 모습은 일종의 충격으로 남아있고 원불교가 확실히 참종교라는 산 증거라고 느껴지며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대산종사님의 그 때 어떤 점이 위대했기 때문이라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내 마음에 그 분을 처음 뵈었을 때 받았던 따스한 기운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다.

그 후 여름이면 여러 번 신도안에 갔다. 암용추 숫용추에서 법동지들과 이야기도 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함께 목욕도 하곤 했다. 대산종사님은 주위에 뱅 둘러앉아 있는 대중 가운데 한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발표를 시키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대산종사는 일행들에게 박수를 치라며 발표자를 격려했고,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산종사님과의 시간은 대부분 서로 주고받는 대화이거나 요즘 유행하는 토크콘서트의 원조라고 할 만하였다.

 

 

대산종사님께서는 미래 인류를 위해
3가지를 강조하셨다.
그것은 종교연합, 세계시장통합,
마음훈련이었다.

 

 

두 번째로 대산종사님을 일주일쯤 가까이 뵌 것은 만덕산 훈련원 증축 때이다. 1987년 여름 무렵이다. 우산 최희공 박사가 방학 때 대산종사를 찾아뵙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아느냐며 나에게 적극 권했다. 그래서 이곳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고, 대산종사님 출생지 등을 자세히 보고 만덕산초선지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산책시간에 나의 손을 꼭 잡으시고 걸으셨다. 나는 황송하여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런 때는 평소 궁금했던 성리 문제나 화두를 여쭙기라도 해야 하는데 산책 내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대산종사님의 따스한 손 기운만이 느껴올 뿐이었다.
대산종사님께서는 미래 인류를 위해 3가지를 강조하셨다. 그것은 종교연합, 세계시장통합, 마음훈련이었다. 만덕산에서는 종교연합 UR 운동을 특히 강조하셨고, 방문한 귀빈들께 서명을 받는 서명록도 갖춰놓고 있었다. 그 서명록을 보이시며 대학교수들에게 알리고 권유하라는 부탁 말씀도 하셨다. 그 후 학교에 와서 몇 분에게 말을 해 보니 영 딴 세상이라 머쓱했다. 남을 설득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자괴심마저 들었다.
종교연합운동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속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이론에는 능력이 있으니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조금이라도 기여를 리라고 마음먹었다. 집을 짓는데 대들보와 서까래하만 필요한것이 아니고, 하다못해 울타리도 도움이 된다고 하였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원불교의 교리적 기본과 세계불교로서의 근거를 연구하면 종교연합의 이론적 바탕이 나올 것이라고 보았다. 단순히 여러 종교
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자는 운동 수준이 아니라 '일원의 진리'가 왜 모든 종교와 회통하는지 명료하게 밝혀 이론적으로 서로 일치함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종교연합의 이론이 세워지고, 이론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종교간 대화도 가능해진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원효대사가 불교의 모든 분파를 화합케 하는 회통의 정신을 강조했듯이 지금 세계의 다양한 종교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회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화두가 되었다.
이러한 종교적 사상의 요청과 나 자신의 물리학적 대통합이론 요구가 맞물려 원효스님이 회통과 일심 사상의 기본으로 삼은 <대승기신론>을 공부하게 되었고, <물리학과 대승기신론>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불교의 기본 이론을 접하게 되었고, 우리 원불교와 불교의 관계를 이론적 측면에서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중도사상을 불교와 원불교를 관통하는 정통 법맥으로 보고, 유무초월의 중도이론으로 유신론과 무신론 을 회통하여 종교연합의 철학적 기반을 설정하였다.

 

 

시간의 순례자 책 표지 서가모니 부처님과 소태산 대종사님의 관계는 불교의 창시자와 세계불교의 완성자로 위치를 확인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종사님은 불교의 교리와 제도를 세계 보편적인 것으로 재구성하셨고, 법신불 진리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통해 전인류를 낙원세계로 인도하도록 원불교가 세계적 주교가 되게 하셨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면서 먼저 세계불교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시간의 과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밝히고, 이에 따른 시대의 전환을 후천개벽이란 한국 특유의 시간 사상에서 찾았다. 이 시간론을 후천시대의 주세불이신 소태산 대종사님이 불교의 완성자로 오신 것임을 설명하는 기반으로 삼았고, 이 시간의 사상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시간의 순례자>로 출간했다.

 

시간적 관점에서 대종사님이 후천 시대의 주세불로 오셨음을 시사하고, 이어서 서가모니가 창시한 불교의 정통 법맥을 드러내고 이를 인류 보편적 가치로 완성하는 세계불교가 원불교임을 보이는 '원불교 세계불교'란 주제의 원고를 적절한 시기에 출간할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대산종사님이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종교연합(UR)’을 위해 힘쓰라고 부탁하신 말씀이 내 마음에 끊임없이 맴돌면서 종교연합의 기본 이론을 만드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게 이끌어 주셨다. 그러다보니 소태산 대종사님이 불교의 완성자로 후천시대의 주세불임과 원불교가 세계 주교가 될것임을 나름대로 알게 되었다. 대산종사님께서 유창한 명 설법을 내려주신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생각하게 하는 원천임은 확실하다. 그 따스한 손 기운이 아직도 느껴진다. 새삼 감사와 추모의 정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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