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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0호] 연속기획 원불교의 길을 묻다 1

 

 

환경윤리 자연의 가치,
그리고 원불교


원불교는 이분법적 함의를 지닌 인간 중심주의나 생태 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
사회 내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서로 하나로 연계되어 있고,
그런 인간 사회가 우주자연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 한면희 · 성균관대 초빙교수, 전 녹색대학 대표


 

환경윤리의 출현과 의미
오늘날 환경문제는 재난을 넘어 위기로 증폭되면서 산업사회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 시스템에서 소비적 풍토에 이르기까지 생활양식 전반에 대한 숙고를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런 연유로 산업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서구적 세계관과 가치관도 함께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서구에서 환경윤리(environmental ethics)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시점은 1970년대부터인데, 크게 둘로 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현존 체제와 가치관을 유지하는 선에서 환경문제를 풀려는 시도인데, 이를 일러 인간 중심적 환경윤리라고 한다. 이것은 정책적으로 환경 관리주의 노선으로 구체화된다. 환경윤리의 출현과 의미 예를 들자면,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4대강 개발사업 모두 환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하자는 인간 중심의 실용적 환경정책의 뒷받침 속에서 수행되었다. 다른 하나는 생태 중심적 환경윤리로서 서구 전통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혁신하고자 한다. 이 입장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생태계 법칙을 준수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에 밀착된 형태로 문명사회를 개혁하자고 주장한다.

 

" 자연에 군림하는 인간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낭만적 구호는 문화인에게 어울린다고 볼 수 없다.
인간 중심주의냐 아니면 생태 중심주의냐 하는 논란은
서구가 드리운 이분법의 양지와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세다.

이를 극복할 것이 요구된다. "

 

자연의 가치와 인간 책임의 정도
인간 중심적 환경윤리는 자연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갖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그것도 현세대 인간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 맑은 공기와 깨위해서 그렇게 한다. 맑은 공기와 깨게 널려져 있을 때 그것은 얼마든 사용해도 무방한 값싼 가치를 지닌 것이지만, 이제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석유가 고갈되는 시점에서 그것은 비싼 값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인간 중심주의는 자연이 높은 도구적 가치 (instrumentalvalue)를 갖는 것으로 계산하고,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책임을 자각토록 유도한다.
반면 생태 중심적 환경윤리는 기존의 사태를 반전시켜 버린다. 서구 전통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목적으로 대우를 받을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의 존재이고 자연은 수단으로써 도구적 가치를 지닐뿐이라는 이분법의 도식이 드리워져 있다. 생태 중심주의는 이를 뒤집어서 인간도 자연의 평범한 구성원에 불과하므로 인간은 물론 자연도 목적으로 대우를 받을 내재적 생명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은 더 이상 자연에 손을 대는 일이 없어야 하며, 가능한 한 기존의 문화시설도 자연에 가깝게 재편되도록 책임(responsibility)의 윤리를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이런 입장을 가장 강경한 방식으로 대변하는 환경운동 단체로서 어스퍼스트(Earth First!)를 꼽을 수 있다. 이 단체는 생명 순환의 차원에서 인간이 아니라 지구가 먼저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존 문명의 자연 수탈이 지나친 만큼 이 입장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다만 너무 지나칠 수 있어서 다소 염려스럽다. 실제로 이 단체는 인구 증가에 몹시 비판적이어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아이들이 기아에 처했을 때, 원조보다는 생태계의 냉정한 법칙에 맡겨두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자칫 반인도주의로 쏠릴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동아시아 자연관과 인도적 생태주의 윤리

비겁과 만용의 양 극단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바는 용기라는 중용의 지점이다. 자연에 군림하는 인간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낭만적 구호는 문화인에게 어울린다고 볼 수 없다. 인간 중심주의냐 아니면 생태 중심주의냐 하는 논란은 서구가 드리운 이분법의 양지와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세다. 이를 극복할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동아시아 세계관을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해법을 낼 수 있다고 보인다.

 

동아시아의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 사상은 하늘과 땅, 인간이 각기 달라서 고유한 기능이나 역할을 수행하지만, 생명적 차원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본다. 보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또 같기도 함을드러내고 있다.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필자는 생태적 중용의 접점으로서 인도적 생태주의 (humanistic ecologism)와 그 윤리를 제시한 바 있다. 인간이 자연적 존재라는 점에서 생태적이지만, 또한 문화적 존재일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적 도(道)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세종대왕은 통치자로서 일반 백성과 다르지만 군주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인식함으로써 군주와 무지렁이 백성이 서로 간에 의지하며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했다. 마찬가지로 인도적 생태주의 윤리는 인간이 자연과 다소 다르지만 또 그 생명부양체계(life-supporting system)에 의지하여 문화적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마땅히 자연을 위해 책임을 짊어지는 자세를 견지토록 인도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자연과 다르지만 생명적 관점에서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연과 상호상생의 관계적 가치, 즉 ‘온 가치(Onn value)’를 인지하여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가능하다.

 


원불교와 환경윤리
원불교가 갖는 환경윤리적 함축은 우주의 근본원리로서 일원상(一圓相)의 진리를 표방한 데서 파악할 수 있다. 원불교는 이분법적 함의를 지닌 인간 중심주의나 생태 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된다. 사회 내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서로 하나로 연계되어 있고, 그리고 그런 인간 사회가 우주자연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다만 원불교는 두 가지 과제를 숙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는 서양의 지배적 세계관 형성에 연루되어 있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는 천주교가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환경적 실천에 관한 한 가장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원불교가 교단 차원에서 환경적 실천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환경적 실천을 구체적으로 인도하고 이끄는 고유의 생태 윤리적 종교관의 색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향후 원불교의 모범적 실천과 활약을 기대해본다.

 

 

 


한면희 박사 호는 가언(駕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 교수를 역임하고 녹색대 창립자의 한 사람으로 교수와 대표를 지냈다. 현실참여에 적극적이이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위원장과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을 맡았고, 희망정치시민연합 공동대표와 창조한국당 대표 대행을 역임했다.
저서로 <제3정치 콘서트:한국정치, 인애(仁愛)에서 길을 찾다> <초록문명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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