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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ㅣ 대산종사 사상의 실천현장


대산종사와
원불교 한울안운동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대도사상을 2대 정산 종법사는 삼동윤리로 구체화했다.
천하의 모든 종교가 한 울안 한 진리이고, 일체 살아 있는 것들은 한 집안, 한 권속이며, 세상의 모든 사업은 한 일터, 한 일임을 선언한 것이다.
2대 종법사의 이런 사상은 3대 대산 종법사에 의해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가족, 세상은 한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라는 보다 알기 쉬운 게송으로 몸을 바꾼다.
한울안운동은 이러한 사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운동이다.

글 신준봉 기자 · 중앙일보 문화부 차장

 

 

대산종사 사상의 실천현장 1 


왼쪽 따음표 사람은 다른 이의 눈물에 기대 자신의 울음을 운다고 했던가.

얘기 도중 감정이 격해진 입양 청년이 눈물을 보이자 덩달아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동안 한울안운동 회원들이 모국 방문 사업에 쏟아 부은 땀과 애정,
그런 노력을 가능케 한 보편적인 어머니의 마음, 이런 것들이 느껴졌다.오른쪽 따음표


일간지 종교 담당 기자로서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원불교 한울안운동의 존재를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정확히 지난 5월 5일이었다. 한울안운동의 한지현 대표를 처음 만났다. 서울 정독도서관 건너편 문향재(聞香齋)에서였다. 문향재는 원불교 여성회에서 운영하는 전통찻집이다.

기자와 만난 한 대표는 일종의 조건부 취재를 제안했다. 지금까지 한울안운동을 소리소문 없이 해왔으나 앞으로는 알릴 일은 알리고 싶다는 것, 5월 하순 프랑스에서 한국인 입양 청년들의 모국방문 사업 15주년 기념행사가 있는데 취재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 완곡하게 에둘러 표현했지만,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는 것, 즉 한울안운동에 대해 상당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 속은 이런 경우 써먹을 수 있는 기존의 기사 형식들을 열심히 떠올리고 있었다. 어떤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혹시 눈물 쥐어짜는 신파성 기사가 되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상당한 이해’가 마음에 걸렸다. 한울안운동의 성격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을 거라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면 출장 전까지 그런 이해를 갖추는 게 가능할까.

출장일은 다가오고 한울안운동 공부는 제자리였다. 5월 하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장에서 기사 포인트를 잡아야 했다. 예상대로 취재는 쉽지 않았다. 행사 장소부터 기가 꺾였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한사코 시골길로 접어 들었다. 프랑스 유럽무시선한울안공동체가 자리잡은 작은 도시 코빌은 스위스 노르망디 지역에 속한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방에서도 산세가 아름다워 마치 스위스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파리에서는 자동차로 두어 시간 거리. 목가적인 곳이어서 차분한 선센터로는 이상적일 수 있겠지만 많은 현지인들을 끌어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선센터 건물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농가주택을 손 본 것이다. 원불교의 다른 해외 교화 현장도 마찬가지지만 노르망디 선센터 역시 거의 교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존해 무에서 유가 창조된 곳이었다. 지금의 선센터를 직접 두 손으로 일군 김제영 교무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그런 느낌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대산종사 사상의 실천현장 2 

프랑스 입양 한인 청년들의 모국 방문은 1997년 시작됐다. 95년 결성된 원불교 여성회가 프랑스 파리 교당의 김신원 교무와 손잡고 매년 한 차례씩 모국 방문을 주선했다. 파리에서 항공료를 지원해가며 희망자를 모집해 한국에 보내면 여성회는 그들의 한국 체류 일정을 책임졌다. 성격상 가벼운 방문일 리 없었다. 여성회는 입양 청년들의 눈물·콧물을 받아내며 친부모 찾기도 도왔다. 2002년 원불교 여성회가 주축이 돼 발족한 사단법인 한울안운동이 사업을 이어 받았다.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프랑스 입양 청년은 100명 정도다. 15회째를 맞는 올해, 청년들을 한국으로 부르는 대신 한국의 어머니들이 프랑스를 찾기로 했다. 지난 세월을 회고하고 자축도 하자는 취지였다. 한국을 방문했던 입양 청년들도 부르고, 선센터 인근 지역 주민들도 초대해 한국 문화을 체험하는 축제도 겸했다. ‘한울안의 날’. 15주년 자축 행사의 이름이었다.

분단과 이산이라는 거대한 아픔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가족 재회는 낯설지 않다. 취재 제안을 받았을 때 ‘신파’가 걱정됐던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다. 현장의 감동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채 상황을 과잉전달할 때 글은 자칫 신파가 되기 쉽다. 물론 그런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실제 행사 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은 그런 머릿속 공상을 뛰어 넘는 감동의 깊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울 준비라도 하고 나온 것 같았다.

5월 26일 프랑스 입양 청년들이 번갈아 한국 방문담을 전하는 순서. 한국의 어머니들을 별 얘기가 아닌데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극적이지 않은 덤덤한 개인사를 듣고도 눈시울을 붉혔다. 사람은 다른 이의 눈물에 기대 자신의 울음을 운다고 했던가. 얘기 도중 감정이 격해진 입양 청년이 눈물을 보이자 덩달아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동안 한울안운동 회원들이 모국 방문 사업에 쏟아 부은 땀과 애정, 그런 노력을 가능케 한 보편적인 어머니의 마음, 이런 것들이 느껴졌다. 그것들 없이는 아마도 흐르지 않았을 눈물이었다. 기자의 소심한 기사 걱정을 순식간에 덜어준 눈물이기도 했다.

2011년 기준 정부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원불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에 이어 4번째로 규모가 큰 종교다. 이른바 4대 종교 중 하나다. 특히 20세기 초반, 엇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천도교나 대종교 등 이웃‘신흥종교’들을 규모나 성장세에서 단연 압도한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원불교의 성공 비결은 뭘까. 기자는 그 원인으로 핵심 교리가 왜곡되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점을 꼽고 싶다.


가령 교조(敎祖)인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대도일원대도(一圓大道) 사상을 2대 정산 종법사는 삼동윤리로 구체화했다. 천하의 모든 종교가 한 울안 한 진리이고(同源道理), 일체 살아 있는 것들은 한 집안, 한 권속이며(同氣連契), 세상의 모든 사업은 한 일터, 한 일임을(同拓事業) 선언한 것이다. 2대 종법사의 이런 사상은 3대 대 산 종법사에 의해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가족, 세상은 한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라는 보다 알기 쉬운 게송(揭頌)으로 몸을 바꾼다.

한울안운동은 교리상으로는 2대 정산 종법사의 사상에 보다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원불교 교세 확장의 발판을 마련한 3대 대산 종법사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게 한지현 대표의 설명이다. 그런 실천력을 바탕으로 한울안운동은 짧은 기간 적지 않은 일들을 해 왔다. 북한에 분유 보내기 운동,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자립센터 마련, 국내 다문화가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모되기 운동 등이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역시 원불교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한울안운동은 보다 넓은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의식적으로 원불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역시 원불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존립할 수 없다. 노르망디에서 만난 입양 한인들은 파리 교 당의 김신원 교무는 알아도 한울안운동에 대한 언급은 별로 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은 원불교에는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앙에 바탕을 둔 여성 운동을 통해 원불교를 확장한다는 한울안운동의 당초 설립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계속하는 것. 그것이 한울안운동 앞에 놓여 있는 쉽지 않은 숙제인 것 같다.

 

 

신중봉 기자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고려대 영문과 졸업.

   1993년 중앙일보 입사.
   국제부, 스포츠부, 사회부, 편집부 등 근무. 현재 종교 담당.
   영국 Goldsmiths College Cultural Studies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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