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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인터뷰 ]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사경만 한 게 없어요”
- 광주교당 무타원 김원선 교도(79세)

 

 100년 인터뷰 1
새벽4시!

어김없이 깊은 잠에서 살며시 눈을 뜬다.
잠시 청수를 올리고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르고 두 손을 모은다.
무등산 자락 새벽 바람!
대도정법에 귀의한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기도와 공부의 위력일까.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광주교당 무타원 김원선 교도(79세)를 만난 것은 여름 녹음만큼 상쾌한 일이었다. 김 교도가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원기59년이다. 친정고모인 가타원 김시형 교도(광주교당)의 연원으로 원불교에 신심을 내게 되었고, 급기야 알뜰한 신앙인이 되
었다.

원불교를 알고부터 인연과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인과에 대한 법문을 들을 때 거기에서 신실한 무엇인가가 마음에 와 닿아 순간순간 물밀 듯이 밀려오는 감동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 이었지요.”
그날 이후로는 새벽4시면 일어나 좌선 1시간, 기도 1시간, 사경 1시간을 하고 동네 가까운 산으로 책을 하는 것으로 아침 일과를 연다. 한 번 시작한 일은 쉬지 않고 해나가는 수행인의 표본으로 언제 어디서나 경외심을 놓지 않고 생활하는 김 교도의 모습은 모든 출가, 재가의 귀감이 되고 있다.
과산 김현 교무는 “참 보배로운 분이다. 평범한 가운데에서도 교도들을 이끌어 주시고, 대중과 더불어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살아간다. 또한 어떤 인연이든 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게 가꾸어 늘 법연으로 이어가는 분이다”고 말한다.
사실 김 교도만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가정을 이룬 이도 드물 것이다. 남편은 전남의대 교수로 40년 넘게 봉직하고 퇴임할 때는 모란훈장을 받았고, 2남 2녀 모두 바르게 성장해서 아들, 딸, 사위까 지 줄줄이 의사에 손자손녀까지 가족 모두가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편 안태휴 교수는 김 교도에게 극성이라고 하지만, 늘 바쁘고 신바람 나는 그의 지극한 정성 때문에 행복한 가 정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고 내심 고마워한다.
세간락도 세간락이지만 김 교도는 수도하는 기쁨을 느끼고, 기도의 위력으로 희열에 넘치는 삶 가운 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법문 사경이야 말로 진리와 하나 되는 순간임을 강조했다.

 

 고 김무규 선생

- 김원선 교도의 친정 아버지이며 구례향제줄풍류 보존의 기틀을 세운 故김무규 선생

 

 

김원선 교도와 남편 안태휴 교수 

  - 신혼 첫 날 밤을 보낸 수오당 앞에서 김원선 교도와 남편 안태휴 교수

 

수오당 
- ‘뿌리깊은 나무박물관’ 앞으로 그대로 옮겨진 고택 수오당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교전쓰기만 한 게 없더라구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하물며 몸이 아 파도 교전은 단 한 줄이라도 꼭 써야 마음이 편해요.”
박성연 교무의 지도로 시작한 교전쓰기는 현재 <원불교전서> 표지부터 성가까지 세 번째 사경을 쳤다. 그의 노트를 본 순간, 좋은 필법으로 반복해 써 놓은 한 자 한 자는 물론이거니와 일일이 자를 대고 그려놓은 오선지 위에 음표 하나, 쉼표 하나까지 마치 인쇄물을 보는 착각에 들게 했으며 글을 쓰는 동안의 자세와 마음까지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그대로 인쇄하면 한 권의 책이 될 정도의 달필로 써 놓은 최근까지의 사경노트가 그간의 삶과 집념을 말해주는 듯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
뭐, 내세울 것도, 특별히 할 말도 없어요. 대종사님과 대화를 주고받는 심경으로 교전을 쓰다보면 랐던 문제도 알게 되고, 경계마다 어려웠던 마음도 자연히 돌려지데요. 교전 쓰는 시간 자체가 즐거움 이고 낙이지요. 아무래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의지는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은 듯 해요.”


 

그의 친정아버지는 백경 김무규(1908~1994) 명인이며, 어머니는 매천 황현(1855~1910) 선생의 손녀 이다. 김 교도는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더욱 생기가 넘쳤다. 아버지인 백경 선생은 오늘날 구 례향제줄풍류 보존의 기틀을 세운 단소의 명인(중요무형문화재 제83호)으로, 그리고 우리 풍류의 중 시조격인 인물이기도 하다.
평소 아버지는 자기 관리가 몹시 철저한 분이셨어요. 그런 아버지가 당시 교세도 약한 구례교당에 니신 이유는 처처불상 사사불공, 일체가 부처이므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불공을 해야 한다 는 원불교 교리 때문이셨다고 해요. 물론 소소하게 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가슴 아픈 어린 시절을 보내 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알 것 같아요.
교단에서도 1969년 구례교당을 설립할 때 백경 선생을 지부장으로 추대한 이유는 당시 구례의 지식인들 중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 백경선생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백경선 생은 구례지부장을 15년간 지냈으며 1980년에는 창산(倉山)이란 법호도 받았다.
늘 풍류객들로 북적이던 백경선생의 고택 ‘수오당’은 영화〈서편제〉에서 주인공 송화가 눈먼 뒤 아버 지 유봉과 함께 머무르는 장면에서도 나온다. 전남 구례에 있던 ‘수오당’은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이자 우리 문화의 원형을 집대성한 故한창기 선생께서 생전에 늘 마음에 두었던 집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에 수오당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간 것을 순천시와 박물관측이 사들여 현재 순천 낙안읍성민속 마을 옆에 있는 ‘뿌리깊은 나무박물관’ 앞으로 그대로 옮겨 놓았다.


이해타산 앞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다스리며 그것을 내면화한 아버지의 말 없는 교육, 그것은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수행법을 갖고 무색무취의 ‘글맛’을 깨닫기 위해 법문사경을 놓지 않은 그의 정주(定住)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79세의 노구에도 그 수행법을 즐기며 살아가기에 진심 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경은 바람을 멎게 하고 내면의 파도를 잠재움으로써 자성을 비추게 합니다. 이렇게 자성이 드러날 때 지혜 역시 밝게 드러나지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경제가 삶의 전부인 것처럼 여깁니다. 그러나 지혜의 눈으로 보면 경제문제 또한 숱한 파고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사경수행에 정진을 거듭하게 되면 외적인 경계는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 거라는 그는 이를 바람이어 파도가 일면 사물이 비치지 않지만 바람이 멎어 파도가 잠잠해지면 사물을 비추는 것과 같은 이 치 라고 덧붙였다.
결국 사경수행의 핵심은 비움과 감사에 있다는 그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웃을 변화시키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모든 수행은 자아를 비우는 데서 출발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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