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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모동산 조경설계,
그 은혜로운 경험

 

 

3대의 성현이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커다란 열린 공간,
‘진리는 하나 세계는 하나’라 는 뜻을 모을 수 있는 공간

 

  글 김소형·삼성에버랜드 조경팀 책임연구원

 

 

원불교 100년기념성업회로부터

 

영모동산 조경설계는 대산종사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이기는 하나 성탑이란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제안을 받고 나서 추모라는 행위의 본질은 무엇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조경분야에서 추모공간의 디자인에 늘 거론되는 장소는 미국의 워싱턴 DC에 있는 베트남 메모리얼 공원이다.
워싱턴 DC 베트남 메모리얼 공원은 당시 예일대학교의 Maya Lin이라는 학부생의 작품이 당선되면서 참전자 및 전사자 가족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쳐 의견을 수용하고 또 어떤 행태로 이 참배의 공간을 이용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세세한 배려로 탄생하게 된다.      
                                                                


완공된지 30년이 된 이 공원이 아직도 가장 강력한 추모공원의 이미지로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추모 공원은 형태적으로는 지형을 넓은 V형태로 잘라내어 이를 검은색 돌로 된 벽이 지탱하고 그 앞을 걸어갈 수 있는 보도로 되어있다.
추모의 벽 앞의 보도를 따라 점점 내려가면 벽의 높이는 20cm에서 3m정도까지 변하게 된다. 이러한 걷는 행위를 통해 추모객들은 주변의 물리적인 환경과는 격리되면서 점진적인 감정의 전환이 일어난다.

거기서 만나는 전쟁에 자신을 바친 가족 혹은 동료들의 새겨진 이름을 보면서 잠시 명상에 잠긴다.
망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고 다시 걸어 올라오면 추모의 순간은 어느덧 지나가고 그 앞에 수평의 평온한 잔디밭이 펼쳐진다.

걷기, 보기, 만지기로 이어지는 조용한 추모다.이러한 걷는 행위를 통해 이용자의 가장 기본적인 행태인 걷기, 보기, 손으로 만지기로 이어지는 조용한 추모의 행태를 감정과 잘 연결시킨 점이 다른 어떤 직설적인 조형물이나 위령비보다도 강력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이 추모공원의 교훈이었다. 

 

 

  2

"

대산종사님의 생전모습과 가르침이 반영된 공간,
기존의 기념공원과 같은 모습을 탈피하여
자연스럽게 추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소박하면서도 열려있는 공간


다시 원불교의 성지설계로 돌아오면 이 공간에 대한 접근 방향은 뚜렷했다. 원불교의 특징인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이 있으면서 열려있는 공간이 되어야한다. 또한 대산종사님의 생전모습과 가르침이 반영된 공간, 기존의 기념공원과 같은 모습을 탈피하여 자연스럽게 추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이런 공간의 전개를 위해서는 원불교라는 종교와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한 교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었다.
자료수집과 교전을 통해서 얻게 된 원불교의 철학이 담긴 공간은 대종사님 성탑과 정산종사님 성탑이 있는 공간을 밝게 개방하여 가려진 송대와 그늘진 숲을 걷어내고 3대의 성현이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커다란 열린 공간, 진리는 하나 세계는 하나라는 뜻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진입로부터 마음의 변화를 유도


그러면 이 공간을 들어가기 전에의 경험은 어떻게 진행되어져야 할까. 성현들을 위한 열린 공간 못지않게 진입의 전개가 중요했다. 성현들의 열림과 밝음을 경험하기 이전의 공간은 그 반대의 경험 즉, 좀 어두우면서 감싸진 공간을 강조해 주면 더욱 그 밝음이 더 밝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반백년 기념관에서 성탑으로 이르는 공간은 다른 동선과 복잡하게 얽히지 않아 그 효과를 낼 수가 있었다.
 
반백년 기념관 진입로를 시작으로 마음을 씻어내는 입정과 성현을 뵙기 전 스스로를 정화하는 의미를, 전이 부분에서는 의도적인 수목의 밀식으로 감싸주고 이와 대비되는 초화류로 감각의 자극을 수용하여 진실한 마음을 고하는 준비를 하게 한다. 그리고 성역공간에서는 진리를 체득,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뜨이는 경험을 획득하는 공간으로 전개가 되도록 하였다.
각 공간을 지나면서 참배자들은 걷는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감각을 일깨우게 되고 조용히 걷다가 발견하게 되는 밝은 공간은 예상치 못한 은혜를 받은 행복의 공간을 상징한다.                           

3    4             

 

일원상의 모습을 차용한 거울연못


그리고 가장 중요한 또 하나, 원형의 거울연못이다. 거울연못의 형태는 진리 그 자체인 일원상의 모습을 차용하고 주변부보다 낮게 위치하게 된다.

이는 진리로 다가가기 위한 물음과 탐구의식이 계속되면서 점점 깊어지고 이를 통하여 결국 만나게 되는 공의 진리, 즉 비어있으면서 자신 외의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성질을 물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늘 되새겼던 아래의 문구는 다른 어떤 설명보다도 더 분명하게 영모전의 설계를 말하는 것 같아 여기에 다시 한번 써서 공유하고자 한다.

은혜로운 경험

진리의 모습을 닮은 진리의 시작을 보다
찰박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머리 위로 흩어지는 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리고 우리를 감싸는 만물의 존재를 느끼며 진리를 향해 걸어온 百의 세월을, 그리고 우리를 반추한다.
자신을 깨끗이 씻고 어두운 숲으로 들어와 큰 聖人을 뵙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윽고 밝음으로 나와 聖人들을 영접하고 널리 열린 恩惠의 塔으로 깊어지고 깊어진다
그 곳에서 마주한 空의 진리...
자신을 비우고, 하늘과 구름 그리고 우리를 담아 빛난다.
비로소 모든 사물과 현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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