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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벽의 아침 사상가를 만나다 3 - 〈대종경〉말씀 새긴 이철수 판화가

 

현실 병맥 진단에 맞는 지혜 나눔이 과제

 

원불교신문 _ 이성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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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수 판화가는 평범함을 강조했다.

 

 

"〈대종경〉은 아주 쉽게 쓴 경전이다. 또 친절한 설명까지 있어 통째로 좋다. 말씀의 내용들이 하나하나 깊고, 넓고, 높다. 이것을 한마디로 경이롭다 말하고 싶다." 〈대종경〉 판화 작업 결정에 앞서 여러 번 정독 후 찬미를 아끼지 않았다는 이철수 판화가.

 

  그가 대종경을 통해 만난 대종사는 '도의 깊이를 쉽고 간명하게 설명한 성자'였다. 그래서 그는 "대종경에는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많다. 즉 깨달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큰 문이 따로 없구나 할 정도로 대종경 15품의 각 장에는 평범한 것 같지만 큰 도에 들 수 있는 이치가 많았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는 "너무 좋기 때문에 심부름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9일 충북 제천시 백운면 삶의 터전에서 대종경 판화 작업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이철수 판화가를 만났다.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의 시대적 구현

 

그의 작업실 문을 열자 새김 작업을 마친 대종경 판화가 높게 쌓여있다.

 

"밑그림은 300장 이상을 그렸다. 그 중 200여점이 전시회에 출품될 예정이다. 주로 대종경 각 품에 대한 작업을 했다. 정전의 내용도 새긴 작품이 있다."

 

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어떻게 이미지화 하고 새겼을까. "물질이 쉼없이 개벽하고 또 개벽하니 마음도 쉼없이 개벽 또 개벽해야 한다." 화선지에 정갈하게 찍힌 선명한 일원상이 강렬하다. 또 하나의 개교표어 작품은 밑그림으로 작성된 것이다. "'불이야, 불이야!'라고 했다. 해놓고 보니 화택에서 화급히 뛰어 나오는 것만으로 해결될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물질은 개벽이 됐다. 윤기도 쇠했다. 그렇게 우리시대가 황폐화 되었다. 밖으로 급히 나와야 하는 것은 옳은 말이다. 그런데 뭘 좀 차분히 살피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대종사는 정신개벽의 방법으로 용심법(用心法)을 잘 익히라고 밝히셨다. 바쁜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안심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고삐를 놓지 않는 일이다. 개벽이라는 말을 100년 전에 표현했다. 100년 이후에는 이 말을 상시로 들어 올려야 할 표어이다." 그가 오랫동안 고민한 정신개벽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무엇을 개벽할래'라고 물었을 때,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개벽이라는 용어를 체화시킬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신적인 일깨움이다. 사회 환경의 변화는 마음 밭에도 영향을 줬다. 문제는 우리 마음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나돌거나 무너지는데 있다. 이러한 시대에 원불교가 100년을 맞았다. 100년 이후에는 교무님들이 새로워져야 한다. 현실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은 다채롭다. 절박한 사람들이 어디가 어떻게 병들었는지 그 병맥을 진단하고 지혜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마음공부를 전하기에 앞서 현실 생활의 병맥 진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더 처절하게 교리를 체화하고 삼학팔조 사은사요를 자유자재로 응용할 번득이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주문을 한 것이다.

 

 

대종경과의 만남, 때가 되었다는 신호

 

"몇 년 전 창타원 김보현 원로교무님과 김경일 교무님이 대종경을 판화로 새기는 작업을 의뢰했다. 청년시절에 봤던 대종경을 30년 후에 다시 만난 셈이다. 2번 정독하는 동안 느껴지는 것이 '인연이 이렇게 다시 이어지는구나' 생각했다." 두 교무의 매개로 새부처님과의 만남이 이어진 것이다.

 

대종경을 정독하는 동안 그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뭐랄까. 경전 한 대목 한 대목을 읽어 갈수록 살아서 펄쩍 펄쩍 뛰는 생선의 비늘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주 밝은 느낌으로 정말 좋았다. 나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줬다. 그래서 하겠다고 한 것이다. 어쩌면 저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때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더 강했다." 두 분 교무에게 특별히 더 감사하다는 안부도 전했다.

 

  그가 대종경 판화를 시작하게 된 또 하나의 간절함이 있다. "대종경 속의 대종사님의 지혜와 많은 사람들이 만나게 하면 좋겠다. 불교의 교리를 지혜로 접할 수 있는 매체는 다채롭다. 서구를 경유한 불교가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면서 논리적으로 관성적으로 대중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 현대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있는 것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한 사례를 보면서 '이 땅의 지혜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생각했다. 대종경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고맙고 감사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좋은 어른 여기 계시는구나.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다."

 

원불교는 대한민국의 토종 종교로 모든 사람들에게 대종사의 지혜서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눈을 뜬 것이다. 동그라미 표가 쳐 져야 우리시대 유용한 지혜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일반화·보편화 시키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이제 자부심으로 까지 차올랐다.

 

대종경 15품 각 장마다 메모쪽지

 

그는 노란 메모 쪽지로 가득 찬 대전서를 펼쳐 보였다. "경전을 읽으면 계속 메모를 했다. 이제 다 닳을 정도다. 대종경 각 품에 대한 감상이라면 어느 하나 특별하게 여겨야 할 이유가 없었다. 두루 모두 다 참으로 좋다. 서품을 읽을 때는 16장에서 소수인의 불교를 대중의 불교, 편벽된 수행을 원만한 수행으로 돌리자는 내용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종교인들이 불상의 제자가 되고, 신도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또 일원상의 제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다. 법의 제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앙의 태도를 재점검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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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사의 본의를 현실에 충분히 반영해 신앙하고 수행생활을 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품에서 그는 비현실적인 신앙에 대해서도 철퇴를 맞았다고 고백했다. "현실에 나타난 산경전을 보라는 법문은 굉장히 큰 말씀이다. 현실 경전 익히기 어렵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쉽게 떡 주무르듯 속 편하게 던져주고 계신다.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들도 마음 쓰는 것을 보면 용렬(勇烈)해야하는데 졸렬(拙劣)하기 짝이 없다. 그런 상황을 보면 공부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 삶에 있어 대종경 말씀들을 가슴에 간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열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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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종경 새김 작업을 마친 판화들이 쌓여있다.

 

"상상할 수 없이 대종경 말씀 하나 하나는 크다. 그래서 만사 다 제하고 이 판화에만 집중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가 해석해 내는 대종경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그는 신성품에서 선문답 같은 그림을 하나 그렸다고 소개했다. "신심을 보이느라 몸을 상하게 하고 손을 끊어 바친 제자를 나무랬다. 나는 그 부분을 '달마의 뜰에서 떨어진 혜가의 팔이 소태산 뜰에서 올라붙었다'고 예화를 함께 묶었다."

 

그는 평상심, 평범함을 자주 이야기 했다. "'평범'이라는 단어를 각별하게 느꼈다. 평범을 오래 지키기란 쉽지 않다. 원불교 100년이다. 원불교에서 가장 크게 붙잡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평범함이다. 평범함에 오래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 자족하고 자존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다면 내 안에서 이 사회를 밝혀낼 빛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에 이 사회를 향해 외칠 수 있다. '이대로도 충분하니 지금의 삶을 느끼는 공부를 함께 하자'고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이라는 말을 크게 읽고 싶다."

 

그가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로 강조한 내용도 '평상심'이다. "늘 구르던 수레가 새해라고 쉬지 않는다. 평상심 놓지 않고 진심 다해 사는 것. 내가 지금 진심 다해 살아야 하는 일은 대종경 판화를 완성하는 일이다. 쉬지 않고 해 나가겠다." 종일 말씀을 새기는 그와의 대화는 끝나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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