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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위기의 시대, 전환의 새 길 찾기

기사승인 [1781호] 2015.12.18  

  

- 원불교100년·원광대70주년
생명학연구회와 전환 콜로키움

   
▲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며 '위기의 시대, 전환의 새 길 찾기'를 주제로 11일~12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대전환 큰 적공을 위한 콜로키움을 진행했다.
 
   
▲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중위기의 심각한 상황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뜻 깊은 콜로키움을 진행했다. 이는 내년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주간에 열릴 국제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담보한 토론이여서 귀추가 주목됐다.

'위기의 시대, 전환의 새 길 찾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콜로키움은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가 주최하고,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주관, 생명학연구회와 (사)모심과살림연구소의 협력으로 11일~12일 익산유스호스텔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열렸다.

마을공동체와 영성공동체

첫째 날은 생명학연구회에서 주관하여 '마을, 마을민주주의 그리고 전환', '몸의 개벽과 영성공동체'란 주제로 2명의 발제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김용휘 한울연대 공동대표는 "전환의 키워드는 마을 그리고 공동체이다"며 "우리사회 민주주의 퇴행이 일상의 마을에서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서울시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발제는 윤호창 전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기업인큐베이터가 지난 3년간 마을공동체를 만들면서 경험한 이야기와 해결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는 마을 만들기가 붐을 타고 있지만 그 한계 또한 드러나고 있다. 자생력이 취약하다는 것인데, 마을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체 중심에서 주민 중심의 민주주의 확보가 이뤄져야 함에도 주거에 대한 불안정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몸의 개벽과 영성공동체'를 주제로 발제한 정혜정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청소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마을공동체와 영성공동체가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지금의 교육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교육은 가르침이 아니라 배움의 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몸과 마음이 하나로 맺어져 있음을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며 "호흡을 한 번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라 우주가 호흡하는 것임을 실감할 때, 자연과의 일체감 그리고 생명의 가치가 드러나 영성이 깨어난다. 이러한 자기 혁명이 교육의 장에서 이뤄질 때 불안에 빠진 위기의 청소년들을 구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백낙청 교수와 함께한 대전환, 큰 적공

12일, '백낙청 교수와 함께하는 대전환, 큰 적공 콜로키움'은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에는 주요섭 한살림연수원 사무처장의 '전환, 무엇을 할 것인가?', 윤정숙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생명위기 시대, 여성운동의 전환을 꿈꾸다', 하승우 땡땡책협동조합 공동대표의 '풀뿌리로부터 전환, 근본적이면서 급진적으로'가 발표됐다. 사회를 맡은 원불교사상연구원 박윤철 부원장은 "삶의 전환을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함께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토론의 장을 열었다.

첫 발제자 주요섭 사무처장은 "전환은 위기의 결과가 아니라 적공의 결과다"고 강조하며 "큰 틀에서 보면 위기가 심각할수록 개벽의 전망이 드러난다. 다만 완성을 위한 전환인가, 초월을 위한 전환인가에 대한 기준점이 확실히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이란 것은 개인에서부터 체제에 이르기까지 큰 적공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새로운 주체로서 '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적 실존을 넘어서 생태적 실존, 우주적 실존으로의 '전환'이며, 그 틀 안에서 공동체도 만들고 마을도 만들어야 '한 사람'의 나라(국가)가 실현된다고 짚었다.

윤정숙 발제자는 "20대 초반부터 여성운동을 했지만 후쿠시마 핵폭발사고로 인해 여성운동의 전환을 꿈꾸기 시작했다"며 "여성운동이 기존의 틀을 벗고 생태적 세계관, 생명, 모성의 가치를 높이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대중의 큰 공감을 이끌었다.

하승우 공동대표는 "풀뿌리운동이 탈정치화 됐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개념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작고 소소한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체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시점에서 삶 자체가 궤멸할 수도 있음을 후쿠시마 핵폭발사고와 세월호 참사에서 배우게 됐다. 이제 풀뿌리운동도 틀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강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더 넓게 강자를 배출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논평은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백 교수는 대전환을 위한 성찰 두 가지로 '한국은 분단사회'임을 잊지 말며,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전환이 잘 안 이루어지는 가장 큰 요인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분단사회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기 때문이다"며 이를 '가죽 줄'로 비유했다. 가죽 줄은 그 길이보다 멀리 가지 않으면 직접적인 구속을 안 받고 스스로 묶여 있는 상태라는 것도 잊게 된다며, 우리사회가 60년 이상 지속된 '분단체제'에 대해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후천성 분단인식결핍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알음알이를 갖춰야 복지, 생태계, 민주주의, 남북관계 문제 등을 헛심 쓰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당장에 가능한 작은 일을 착실히 쌓아가되 묶은 끈을 어떻게든 잘라내거나 그것이 단번에 안 된다면 조금씩 늘여가고 풀어가는 작업을 병행하는 지혜가 필수적이다"면서 원불교에서 강조하는 '이소성대' 정신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윤호창 발제자의 발표문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구축했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가 쉽게 퇴행했던 이유'에 대한 탐구이며, 더 이상의 퇴행을 막고 마을민주주의로 전진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두 번째 성찰에 대해서도 "정신 대 물질의 대비도 서양철학의 전통적 이분법으로 해석해서는 물질개벽을 촉진할지언정 정신개벽을 성취하지 못한다"며 "동학과 원불교에서 말하는 정신은 '유무초월'의 경지에 이르는 능력이며 거기서 나오는 위력이다. 이를 회복하고 응용하는 공부와 사업이 곧 정신개벽이며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길이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주요섭 사무처장은 "분단체제의 전환은 먹는 문제에 해결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하자 백 교수는 "남북이 먹거리를 함께 해결해 가자는 것은 중요하고, 출발점에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하승우 대표는 "통일방안에 있어서 단일체제로의 완성이 아니라 동아시아 시민으로서의 정치공동체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자 백 교수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지금 통일운동 하는 사람들이 낡은 이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통일이 된다 해도 근대국가를 완성하는 일은 안 일어날 것이다. 때문에 제3의 교류로 점차적 통일로 나가야 한다. 근대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윤정숙 발제자는 "한 사회를 운영하는 철학이 달라지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 체제 간에 여성과 약자에 대해 폭력적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 강해윤 교무(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가 "전환은 이제 시대적 화두가 됐다. 특히 강정마을 해군기지, 쌍용자동차 해고, 밀양 송전탑, 영광 핵발전소 등에서 맨몸으로 맞서는 이들은 그 일을 겪기 전과 후의 삶의 틀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고자 하는 일체의 모든 일이 전환이며 개벽이다. 그래서 개벽은 생명이고 평화이며 삶이다"고 말했다. 정상덕 교무(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는 "원불교 100년의 화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이다. 이 화두가 원불교 존재 이유이다.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을 보다 깊이 통찰하면서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새로운 문명시대에 정신개벽을 이룰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익산성지를 찾아 경산종법사를 배알했다.

강법진 기자 kang@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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