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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11월 호)에서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원불교가 개교할 당시의 시대상을 물질개벽 시대로 진단한 의미가 무엇이며, 물질개벽의 구체적 실상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물질개벽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다음 글을 주목해 보자.
물질개벽의 내용에 대하여 저 나름으로 풀이한다면 현대를 물질개벽 시대로 진단한 것은 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하면서 옛날과는 전혀 다른 시대가 왔다는 인식이 밑깔려 있다고 해석됩니다. 이것을 사회과학적 언어로 바꾸어 보면 자본주의문명이 지금 극에 달하여 물질적 변화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주도하고 있지만, 이 문명의 이념이나 사상은 이제 생명력을 상실한 시기, 즉 세계사의 대전환기 내지는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라는 말이 될 수 있겠습니다. (백낙청, ‘한국 민중종교의 개벽사상과 소태산의 대각’,
<원광> 1996년 4월 호)


물질개벽이란 말에는 원불교 개교 당시의 시국에 대한 ‘과학적’ 판단과 현실에 대한 ‘사실적’ 인식이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원불교의 개벽론(開闢論)은 동학이나 증산교의 그것과 일정하게 구별된다. 신비주의적이거나 예언자적 차원의 발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시대와 현실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사고에 기초한 가운데 개벽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낙청 선생의 말씀을 빌리자면, ‘여타 종교의 개벽 사상에 비해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것’이 원불교 개벽론의 특징이다.다음으로 왜 물질이 ‘발달’ 또는 ‘발전’한다고 하지 않고 ‘개벽’된다고 하였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질문명의 발달 곧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문명의 발달은 누구나 실감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물질의 발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터인데 왜 굳이 조금은 생소한 개벽이라는 말을 써서 물질개벽이라 한 것일까? 개벽이란 말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불교가 개교할 당시의 물질문명의 발달 수준이 지금까지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극도로 발달함으로써 ‘문명의 근본적 전환’ 곧 인류 역사에 있어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불교 개교 당시 극에 달하고 있던 물질개벽 현상 곧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하고 있던 현상을 초기 교단의 기관지 <월보>에서 인용한다. 현대는 전에 비하여 실로 문명한 시대이다. (중략) 알기 쉽게 의식주 3건만 가지고 본다 할지라도 나무와 흙으로 얽어놓은 오막살이가 변하여 석재나 연와(煉瓦; 벽돌)로  건축한 찬란한 가옥이 되어가며, 소루한 무명이나 삼베 밖에 모르던 옷감이 세루(細累)니 인조니 기타 별별 종류로 진출되어 가고, 음식으로도 전에 비하여 일본, 지나(支那; 중국), 서양 요리 등등 수백 가지가 생겨났도다. 그뿐인가. 밤을 낮같이 하는 전등류, 수천 리를 순간에 돌파하는 전차, 기차, 자동차, 만 리 소식을 앉아 듣는 라디오, 하늘로 날아가는 비선(飛船) 비행기,수국(水國)을 정복하는 기선과 군함, 산악을 무너뜨리는 대포, 인간을 멸종시킬 독가스, 우주를 개벽시킬 살인 광선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입과 붓으로 그릴 수 없는 각양각색의 물질이 기상천외로 발달되어 인류 생활이 실로 무섭고 편리하게 되었으며, 전에 비하여 입을 벌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문명세계이다. (전음광, ‘회설: 현대문명과 미래도덕’, <월보> 36호, 1932년 7월 호, 4~5쪽)


위의 글은 원불교 초기교서 가운데 현행 교리의 기본골격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보경 육대요령>(1932년 4월) 표지에 개교표어가 처음으로 실린 지 3개월 뒤인 동년 7월 호 <월보>에 실린 회설의 일부이다. 개교표어에 담긴 물질개벽의 의미를 원불교 역사상 최초로 상세하게 해설하고 있다. 이 회설에는 극도로 발달하고 있던 물질문명 곧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라 점차 물질문명의 노예로 전락되어가고 있던 당대 사람들의 모습이 아래와 같이 아주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고로 현대의 사람은 그 문명 풍조에 도취하여 입으로는 문명을 부르짖으며, 몸으로는 문명한 모든 도구를 마음껏 사다 놓고 그 속에서 이목지소호(耳目之所好)와 심지지소락(心志之所樂)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락의 생활을 하여 보고자 함이 지극한 원이었으며, 자연 그 문명의 산생지(産生地)인 서양을 숭배하여 자기의 입장은 회고할 여지가 없이 몸과 마음을 오로지 서양 풍조에 뺏기고 말았나니, 대세상(大勢上)으로 본다면 서양은 오로지 동양을 정복하고 말았다. 의식주나 일상생활 모든 것에 서양 것이 아니라면 시들하게 알게 되었으니 이 오죽이나 자주력(自主力)없는 생활이며 한심한 생활이냐. 또 현대인은 그 문명한 모든 도구를 취할 수 있는 자물쇠가 황금이라는 그것에 있는 줄을 깨달아 그것이 욕심날수록 황금욕이 강렬하여져서 이 황금을 얻기에 주야 몰두하고 있다. (전음광, 위의 글, 5쪽)

“원불교가 개교할 즈음, 전 세계에서는 물질개벽의 폐단이 극에 달하여 ‘돈의 병’에 감염되어 신음하고 있었으니 이것이 물질개벽의 구체적 실상이었다.”

 

물질문명의 산생지(産生地)인 서양을 숭배하여 몸과 마음을 서양 풍조에 빼앗겼다는 것은 자기 나라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망각하고 맹목적으로 서양을 따르는 서양중심주의 풍조를 말하는 것이며,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자주력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개교의 동기’에서 말한 그대로 ‘모든 사람이 도리어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한’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 것이다. 또한 황금욕이 강렬하여져서 황금 얻기에 주야 몰두하고 있다는 말씀은 <대종경> 교의품 34장에서 대종사께서 지적한 대로 ‘돈의 병’ 즉 자본주의문명의 속성인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 병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 원불교가 개교할 즈음, 식민지조선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이상과 같은 물질개벽의 폐단이 극에 달하여 제3 세계에 속한 민족의 고유문화는 서양에서 밀려온 물질문명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어 갔다. 사람들은 점차 물질문명의 노예로 전락되어 가는 한편, 자본주의문명이 강요하는 ‘돈의 병’에 감염되어 신음하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물질개벽의 구체적 실상이었다

 

 

  

박윤철 교무님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이자 한살림 모심과 살림연구소 이사장,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동학>, <개벽의 꿈, 동아시아를 깨우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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